사무관(事務官)은 5급 공무원을 지칭한다. 1∼9급 공무원 계급 체계에서 정확히 허리에 해당된다. 5급공무원공개경쟁채용시험(옛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사무관을 달고 중앙행정기관에서 실무 기안을 담당하게 된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젊은 민간 경력자를 채용해 사무관에 임용, 중앙행정기관에 배치하기도 한다.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하고, 능력과 관운에 따라 장차관도 될 수 있기에 신분상승과 출세가도의 출발점에 서는 셈이다. 한마디로 선망의 대상이다.
지방 공직사회에서도 사무관은 ‘지방행정의 꽃’으로 불린다. 7급으로 공무원을 시작하면 특별히 하자가 없는 한 사무관이 될 수 있지만 9급으로 입직하면 20% 정도만 가능하다. 6급 혹은 7급 주무관으로 정년퇴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많단 얘기다. 지방 사무관은 시·도에서 팀장(계장), 시·군·구에선 부서장(과장)을 맡는다. 읍·면·동장도 사무관 보직이다.
9급에서 출발해 사무관까지 승진하면 성공했다는 소릴 듣는다. 제사를 중히 여기는 이들에겐 지방(紙榜)에 ‘학생(學生)’이 아닌 ‘사무관’을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명색이 벼슬을 했으니 가문의 영광이란 뜻이겠다. 마을 초입에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소속 행정기관에서 임관식을 열어주는 게 과한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중간리더과정 연수를 받던 승진 사무관들이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역사문화탐방 중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온 늦깎이 승진자들이다. 대부분 50대 중·후반 연령대여서 정년(60세)을 4∼5년 앞둔 사람들이다. 다들 박봉의 말단 공무원임에도 평생 열심히 일한 결과 사무관까지 승진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을 것이다. 퇴직하면 안정적인 연금으로 살 수 있어 저마다 행복한 노후를 설계했을 텐데 물거품이 됐다. 가슴이 아리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늦깎이 사무관
입력 2015-07-0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