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16억 유로(약 1조9900억원) 채무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IMF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것은 선진국 가운데 처음이다. 그간 IMF 채무 상환에 실패한 나라는 짐바브웨 수단 쿠바 등 개발도상국뿐이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채무 상환 시한이 지난 직후 “그리스는 현재 체납(arrears) 상태”라면서 “추가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채무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는 민간 채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체납이라고 규정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디폴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일 오후 전화회의를 통해 그리스가 전날 제안한 3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dpa통신 등은 그리스 정부가 회의에 앞서 지속 성장과 3차 구제금융 등의 내용이 담긴 수정 제안서를 다시 제출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긴급연설을 통해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민투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관련된 투표는 아니라며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발표 이후 채권단으로부터 더 나은 제안을 받았다”며 “국민투표 이후 즉각적인 해법을 찾는 임무를 전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방의회 연설에서 그리스의 국민투표 이전 협상은 없다고 재확인하며 “IMF를 배제한 채 그리스와 무원칙한 구제금융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5억 유로(약 4조4000억원)까지 갚지 못할 경우 긴급유동성지원 프로그램까지 중단될 수 있어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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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2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