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 그리스 현지 표정… 국민투표 찬성·반대파 시위… 쓰레기통 뒤지고 호주行 이민 행렬

입력 2015-07-02 02:06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1일(현지시간) 그리스는 분노와 갈등으로 얼룩졌다고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 29일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막기 위해 은행 영업을 중지시키면서 현금카드나 신용카드가 없는 연금수급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이날부터 사흘간 한시적으로 4대 시중은행에서 60유로(약 7만5000원)씩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대상을 이름 알파벳순으로 분류해 나눠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은행 문이 열리기도 전에 모여든 노인들은 은행 직원들을 붙잡고 항의하는 등 곳곳에서 소란이 빚어졌다. 또 4대 은행 중 하나인 피레우스은행이 알파벳순 대신 선착순으로 지급하기로 하자 번호표를 먼저 받기 위해 노인들이 앞 다퉈 손을 뻗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아테네 시내 곳곳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한 시민은 “어차피 하루에 60유로만 찾을 수 있지만 ATM에 돈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 출근길에 들렀다”며 ATM에서 인출 한도인 60유로를 찾았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 인근에서는 오는 5일 예정된 국민투표를 앞두고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찬성파와 반대파가 연일 ‘네’(NAI, 예) 집회와 ‘오히’(OXI, 아니오) 집회를 열었다.

집회 장소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테네 도심 곳곳은 황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자리를 잃고 빈민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늘면서 텅 빈 번화가 인근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의 모습도 속속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번화가인 파그크라티 거리의 상점 대부분이 텅 빈 채 세입자를 구한다는 의미의 ‘For Rent’란 글귀가 적힌 종이만 창문에 붙어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호주로 향하는 이민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호주로 이민 간 그리스 국적자 또는 그리스·호주 이중국적자는 1만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가 IMF에 갚아야 할 부채를 마련해주기 위한 인터넷 모금 캠페인도 열려 이틀 새 50만 유로(6억2400만원)가 모이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