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그리스가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부도 상황까지 간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관광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그리스의 산업구조와 과도한 연금지출, 특히 부자들의 탈세와 부패 등이 그리스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연금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에 열광한 반면 경제 위기를 돌파할 긴축정책에는 반대했다.
그리스는 2010년 1차 구제금융과 2012년 2차 구제금융까지 총 2400억 유로(약 299조원) 이상의 자금을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기초체력’이 약했던 그리스는 휘청였다.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은 전년의 배 수준으로 뛰었고 마이너스 성장의 길에 들어섰다. 재정적자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3.7%에서 2008년 7.7%, 2009년 12.7%로 확대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부예산 중 연금 비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임금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무려 95%로 영국(30%)이나 독일(37%)의 3배 수준이다.
반면 경제를 지탱할 제조업은 유로존 내 다른 국가보다 약했다. 그리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81%나 된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의 영향을 적게 받은 독일의 산업구조가 탄탄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아울러 또 다른 문제는 탈세와 부패였다. 해운업으로 부를 일군 그리스 부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으려 사업 등록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스위스 은행 등으로 수익을 숨겼다. 세무 공무원에게는 뇌물을 줘 세무조사를 무마하기도 했다. 2008년 부자들이 사는 아테네 북쪽 에칼리 지역을 조사했더니 1만7000개 정도의 수영장이 발견됐지만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집에 수영장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들은 324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긴축 정책은 계속 추진됐지만 그리스인들은 긴축에 반대했다. 긴축정책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지난 1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탄생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여론은 계속 바뀌고 있다.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 조사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47.2%, 반대는 33.0%로 나타났다. 그러나 1일 그리스 일간 에피메리아톤신탁톤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협상안에 반대했다.
5일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찬반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국민 과반이 채권단 협상안을 수용할 경우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민투표에서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35억 유로(약 4조4000억원)를 비롯해 줄줄이 예정돼 있는 채무 상환기일에 빚을 갚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결국에는 그렉시트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이후에는 그리스 정부가 옛 그리스 화폐인 드라크마를 찍어내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시트는 다른 회원국들의 유로존 탈퇴를 불러올 수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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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2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