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그리스가 빚을 갚지 않더라도 채권국들의 타격도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3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의 총생산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독일 28%, 프랑스 21%, 이탈리아 16%, 스페인 11% 등으로 주요 5개국이 76%를 차지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유로존 국가들에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스가 지고 있는 3230억 유로(약 403조원)의 빚 대부분은 유럽 국가들과 국제 금융기관이 채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돈을 떼일 염려는 있다. 그렇지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채권 85조원)을 비롯해 상위권 채권국인 프랑스(54조6000억원)나 이탈리아(47조9000억원) 스페인(31조2000억원)의 경우 경제 규모에 비춰보면 많지 않은 액수이고 나머지 유럽 내 국가들의 채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그리스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이 유럽 내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휴가 시즌을 앞두고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수순을 걷고 있어 성수기인 여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더라도 그리스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경제규모에 불과한 데다 예고된 악재이기 때문에 유럽대륙 이외 나라들에는 심각한 경제적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위기가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럽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 경제의 팽창을 꺾을 수도 있다”면서 “그래서 유럽 정상들에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사태가 경제적 타격보다는 사회적, 안보적 측면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WP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 뒤에 그리스 경제가 괜찮게 유지될 경우 유럽 내 다른 나라들에서 긴축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는 등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안보적 관점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나갈 경우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 등 안보적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위기의 그리스] 그리스 경제 유로존 2% 불과… 지구촌 ‘타격’ 크지 않을 듯
입력 2015-07-02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