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꼬마야, 두려워하지 마… 사자도 저렇게 숨어있잖아

입력 2015-07-03 02:41

어느 날 사자가 방에서 나간 뒤 호기심 많은 소년이 사자의 방에 들어온다. 문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소년은 사자가 들어온 줄 알고 얼른 침대 밑에 숨는다. 하지만 방에 들어온 건 다른 소년이었다. 두 번째 소년도 문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천장의 전등으로 재빨리 도망간다. 정작 방에 들어온 건 소녀였는데 말이다. 이어 개와 새들이 차례로 들어오지만 한결 같이 사자가 온 줄 알고 어딘가에 숨는다.

그리고 사자가 정말로 들어온다. 반전은 여기서 한 번 일어난다. 모두가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대상이었던 사자 역시 공포를 가진 존재였던 것이다. 사자는 자신의 방이 예전과 달리, 뭔가 조금씩 달라져 있는 것 같아 겁이 덜컥 났다. 천장의 등도 약간 흔들리는 것 같고 발아래 양탄자도 살짝 떨리는 게 아닌가. 결국 천하의 용감한 사자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방에서 숨는다. 마지막에 생쥐가 들어오며 또 한번의 반전이 생긴다. 생쥐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이들에게 세상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사자의 방이라는 독특한 공간 설정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느끼는 실체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준다.

사자 이야기라면 이런 그림일거라는 통념을 깨는 표현 방식이 눈길을 끈다. 판화 기법의 단순하고 정갈한 그림은 어딘가에 숨은 소년과 소녀, 동물들의 자세에 집중하게 하면서 상상의 여지를 키워준다. 프랑스 작가의 작품으로 올해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반복되는 운율이 매력적인 최고의 스토리”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박선주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