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가처분 신청 기각 의미·전망] 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근거 합당”

입력 2015-07-02 02:37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기 위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이 승리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KCC에 매각한 자사주 매각 금지와 관련된 결정은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17일 이전으로 미뤄 향후 ‘표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원, “엘리엇의 주장, 이유 없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삼성물산 이사진에 대한 신청은 각하)한다”고 1일 밝혔다.

법원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주가로 산정된 것”이라며 “합병 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가액 산정에서 10% 할증 또는 할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무규정이 아니라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혀 삼성물산 이사진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 측에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합병 목적이 총수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엘리엇 주장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다. 법원은 “(합병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에게는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 및 그 대주주인 삼성그룹 총수 일가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엇이 이를 소명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는 구체적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최치훈 사장 등 삼성물산 이사진이 위법한 합병을 추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엘리엇이 이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기각과 달리 각하는 소송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엘리엇은 상법상 유지청구권(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해 불이익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 주주가 이를 막기 위해 청구하는 권리)을 주장했다. 상법상 일반조항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자격이 있지만 2009년 개정돼 상법에 편입된 특례조항은 지분 보유 기간을 6개월로 정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월쯤부터 지분을 매입해온 엘리엇의 경우 이사진의 위법 여부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합병 여부는 임시주총에서 판가름=법원이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 측 손을 들어줬지만 향후 펼쳐질 2라운드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재판부는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오는 17일 전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합병 결의 안건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삼성물산이 KCC에 넘긴 자사주 지분 5.76%의 의결권이 행사되느냐는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적 사안 중 하나다. 엘리엇이 이날 “법원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 불법적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의 그런 행위는 불법적”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입장, 외국계 주주에 영향력이 큰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의 의견서 등 향후 변수가 줄줄이 남았다. 백상진 양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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