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에 ‘연탄교회’ 세웠어요

입력 2015-07-02 00:41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들이 1일 연탄교회 설립 예배 도중 일어서서 ‘연탄교회 고백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연탄교회는 주님과 구성원들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중략) 가난해도 당당하게 성실히 살아갈 것이며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연탄교회 고백 선언문)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작은 교회가 둥지를 틀었다. 교회 명칭은 ‘연탄교회’. 10년 넘게 마을 주민들을 섬기고 있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이 주민 상당수가 연탄을 사용하는 동네임을 감안해 지은 이름이다.

연탄교회 설립 예배가 열린 1일 오전 백사마을 입구. 다닥다닥 붙은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교회는 잔칫날처럼 붐볐다. 낡은 전파사 건물을 개조한 50㎡(약 15평) 정도 되는 예배실과 바로 옆 ‘사랑방’은 마을 주민들과 방문객들로 빼곡했다.

허기복 목사가 연탄난로 모양의 단상 앞에 섰다.

“연탄 나눔뿐만 아니라 영과 육을 함께 돌보는 통합적 사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곳 주민들의 환경과 문화에 적합한 복음 프로그램을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연탄은행은 지난해 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으로부터 ‘좋은 교회상(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 300만원을 교회 설립 종잣돈으로 삼았다. 앞으로 연탄교회에선 매주 ‘수요 예배’ ‘금요 성경공부’를 갖고 격주로 ‘건강 교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교회에서 20m 정도 떨어진 연탄공방에서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연탄 찍기’ ‘달고나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회의 ‘연탄갤러리’에서는 백사마을의 일상과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한다.

허 목사는 “앞으로 부산과 전북 전주, 경북 포항 등 일부 지역 연탄은행들도 연탄교회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마을 사랑방이 될 뿐만 아니라 선교와 나눔, 봉사를 실천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설립예배에선 ‘섬마을 목사님’이 설교자로 등장해 의미를 더했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 대모도에서 9년째 섬김 목회를 이어오고 있는 한정배(모도교회) 목사는 “아무런 대가 없이 거저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처럼 순수한 섬김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 달라”면서 “연탄교회가 전하는 선한 영향력이 ‘나비 효과’처럼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첫걸음을 뗀 연탄교회를 향해 주민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백사마을에서 21년을 살다가 1년 전 인근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간 김종복(78) 할아버지는 “아내랑 둘만 살아 많이 외로운데, 이제 여기 오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예배 때 기도를 맡은 이승련(82) 할머니는 “연탄교회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문을 열어주는 곳이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