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배신정치 국민심판론’을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진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와 비박계는 정면돌파를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6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이 무산되고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양측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 친박과 비박 간 대립이 계속되면 국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진정세에 힘입어 경제 활성화와 개혁과제 추진에 다시 힘을 모으고 있는데 당청 관계가 삐걱거리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큰 선거가 없는 올해 중에 뭔가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새누리당도 조급하긴 마찬가지다. 갈등 장기화로 국정이 마비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유승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현 상황에서 이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김무성 대표밖에 없다고 본다. 당내 친박과 비박 세력을 중재하고, 청와대 측과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1주일간 그의 행보는 오락가락이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직후에는 유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듯했으나 대통령의 ‘축출 의도’를 읽고는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책임감이 막중한 집권당 대표로서 고충이 크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분명히 잡아야 한다. 정국 수습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적극 나설 때다.
해법은 둘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을 설득해 유 원내대표를 포용토록 하는 방안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유도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국정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든 하루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가피하다. 김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하고, 당내 기류를 솔직하게 전달해야 좋은 해법이 나오지 않겠는가. 청와대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에서 친박과 비박이 서로 총질해봤자 공도동망(共倒同亡)을 앞당길 뿐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때 수평적 당청 관계 구축을 공약했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할 말은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다들 이해했다. 하지만 대표 취임 후 그런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하면 공개적으로라도 요구하는 게 옳다. 여권의 대선 선두주자가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사설] 김 대표, ‘유승민 문제’ 해결에 정치력 발휘할 때
입력 2015-07-02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