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기업과 손잡고 시장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시장 내 반도체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텔이 지난 10년간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들인 금액과 비슷하다. 중국 시장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인텔과 퀄컴, 삼성전자 등에 중국은 그만큼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경우 아직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점유율은 내수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글로벌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나서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제11차 5개년 계획 수립 당시부터 반도체를 포함한 7개 신흥 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세계 1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1200억 위안(21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중국은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집중 육성했는데 최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까지 투자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정부 지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업체들은 당장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따라오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이들이 곧 추격해 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중국 현지 제조공장에 30억 달러(3조3500억원)를 투자하고 중국 반도체 업체인 칭화 유니그룹 지분을 90억 위안(1조6200억원)에 사들였다. 퀄컴 역시 지난 2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퀄컴이 중국에서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며 9억7500만 달러(약 1조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또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인 SMIC가 유럽 벨기에에 설립하는 R&D 센터에 퀄컴이 기술과 특허 제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중국 내 투자를 통해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베이징반도체인터내셔널펀드’에 약 10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내 반도체 회로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회사를 찾아 투자를 통해 기술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中, 반도체에 180조원 투자… 글로벌업체 대륙守城 비상
입력 2015-07-02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