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소설가 복거일(69·사진)씨는 1일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에 대해 “그가 남의 글을 베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문학적 게으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 작가는 장편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전6권·문학과지성사) 완간을 기념해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문학적 성과는 공적 재산이며 후배 세대에 승계되는 것이다. 작가는 그걸 모아 화학적 결합을 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작가는 화학적 결합을 하면서 문학적 단련, 즉 달구고 때리고 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걸 게을리 해 표절 시비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따라서 누구도 표절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걸 걸러내는 것이 출판사 편집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표절 시비가 인 신씨의 소설 ‘전설’(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에 수록)을 낸 출판사 창비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또 “작가는 불행까지 예술적 자양분을 삼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며 “(신씨가) 원숙한 작품으로 독자 앞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장편은 무려 25년에 걸쳐, 그것도 암 투병을 하며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설은 1989년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해 1991년 세 권으로 출간됐다. 공백기를 거치는 와중인 2013년 여름 간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암이라는 의사 얘기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역사 속의 나그네’는 어떻게 하지였다”며 “마음먹고 쓰니 나머지 세 권을 쓰는 데 1년이 채 안 걸렸다”고 말했다.
복 작가는 대표적인 보수주의 논객이다. 이 소설의 공백기와 관련도 있다. 그는 1980년대 말 ‘보수주의’ ‘교육의 시장 논리’ 등에 대한 글을 기고하며 문단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이념 논쟁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호흡이 긴 소설을 쓸 여력을 갖지 못했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21세기(2070년대)의 인물 이언오가 26세기에서 날아온 ‘가마우지’를 타고 백악기 탐험을 떠났다가 16세기 조선사회에 좌초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지식 무협 소설’이라고 명명하며 ‘장풍’을 대신해 지식이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 되는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주인공 이언오는 군사를 조직하며 반상의 평등과 남녀평등을 내세우며 당시 사람들이 꿈꿀 수조차 없는 이상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도를 한다. 그는 “업그레이드된 오락소설로 읽어 달라”고 주문했다.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신경숙씨 표절 논란, 문학적 게으름 때문에 발생” 복거일씨, ‘역사 속의 나그네’ 간담회서 지적
입력 2015-07-02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