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아에 대한 학교폭력이 어찌 이리 모질 수 있나

입력 2015-07-02 00:50
서울 서초구 반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5월 중순 충격적인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아스퍼거 장애를 앓는 3학년 남학생을 상대로 같은 학교 친구들이 몸 곳곳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한 것이다. 피해 학생 어머니는 지난 29일 이 같은 내용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고 하루도 안 돼 수 만개의 댓글이 이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심지어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성기에서 피가 날 정도로 잡아 뜯는 등 가혹행위를 했으며, 공포를 느낀 피해 학생은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는 것이다.

인성이 사회화되는 첫 과정인 초등학교에서 성인범죄 못지않은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더욱이 배려의 대상인 장애 친구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의사표현이 미숙하고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노렸다는 것으로밖에 판단되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길래 어린 학생들이 이 같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단 말인가. 또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막지 못한 교사들의 소홀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선적으로 학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해 학생들에게도 적절한 불이익을 줘야겠다. 피해 학생 부모의 요구대로 전학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가해 학생 부모들의 과오 역시 적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건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피해 학생 부모는 학교의 처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이 직접 나서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초등학교 저학년들 사이에 말로 표현하기조차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공교육의 최일선 현장마저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백년대계 교육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