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교회’라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할 거라 생각하시죠? 우리 성도들은 이웃을 돕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습니다.”
최근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에 네팔 대지진 피해지역 재건기금 120여만원을 전달한 한국맹인교회 김동기(46) 목사의 말이다. 서울 중구 소공로 한국맹인교회는 전국에서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교회로 교인 210명 가운데 75%가 시각장애인이다.
1일 한국맹인교회에서 김 목사를 만나 후원 계기를 물었다. 김 목사는 “먼저 우리 교회와 교인들에 대해 아셔야 한다”며 대답 대신 교회의 나눔 역사를 들려줬다.
한국맹인교회는 필리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회와 선교센터 8곳을 설립했고 이들 단체에 25년간 매달 200만∼300만원을 보내고 있다. 또 국내 장애인교회와 국제구호단체 등 4곳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낸다. 캄보디아·필리핀 빈민가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불장학회’를 설립해 매달 1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매주 ‘사랑의 헌금’을 따로 걷어 전액을 구제하는 데 사용한다. 교인들은 성경을 완독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자발적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헌금을 낸다. ‘한국맹인교회식 나눔 문화’가 자연스레 흡수된 덕이다.
네팔 대지진 피해지역 재건기금도 한 교인이 낸 네팔 돕기 헌금에서 출발했다. 김 목사는 그 헌금에 착안해 2주 동안 네팔 돕기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교회가 보낸 후원금은 9월쯤 기아대책이 추진하는 네팔 신두팔촉 지역 재건 사업에 사용된다.
“네팔 성금을 모은 건 우리 교인들이 타인의 아픔과 어려움에 잘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상황’이란 게 어떤 건지 누구보다 잘 아시니까 네팔 지진 피해자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평소에 헌금을 모아 지역의 불우이웃을 도우려고 주민센터에 가면 동장이나 공무원들이 깜짝 놀라요. ‘교인 중 기초수급자도 많은데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냐’고 묻는다니까요.”
교회 시각장애인 성도 대부분은 안마, 침술 분야에 종사해 경제적 기반이 열악한 편이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월 100만원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각종 나눔에 적극 나서는 건 ‘아픔이 곧 선교’라고 믿어서다. 인터뷰에 동석한 한방희(66) 장로는 “살다 보니 어려움이 결과적으로 볼 때 큰 복을 받는 계기가 되더라”며 “우리의 작은 손길이 네팔 지진 피해자에게 희망과 복음을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장로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교회는 시설 개선을 위한 교회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가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근처 급경사지에 있어 시각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찾아오기 힘들어서다. 김 목사와 한 장로는 건축을 위한 기도와 지원을 한국교회에 요청했다.
“밀알복지재단 이사이신 손봉호 장로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교회는 교통도 편하고 찾아오기 쉬운 곳에 있는데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교회는 높은 곳에 있더라.’ 이 말을 듣고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장애인 선교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약하다는 것이겠지요. 시각장애인이 교회를 가깝게 찾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한국맹인교회 건축을 위한 지원과 기도에 힘써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도움 받기보다 이웃을 돕는 게 습관입니다”… 네팔 재건기금 전달한 한국맹인교회 김동기 목사
입력 2015-07-02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