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반(反)긴축 정당인 시리자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채권단인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와 재협상에 돌입했으나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된 상태여서 그리스는 단기국채 차환 및 지방정부·공기업 불용자금 활용 등을 통해 연명해 왔으나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상환금 16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했다.
그리스 사태가 심각해진 이유에 대해 필자는 단일통화체제의 근본적 문제와 트로이카의 처방 실수, 그리스인의 국민성 등을 지적하고 싶다. 재정통합 없이 통화정책만 단일화함에 따라 환율의 자동적 조정에 의한 교역 개선을 기대할 수 없었고, 오로지 임금 축소와 수출물가 인하 등과 같은 내부적 절하를 수출 신장에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내부적 절하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다.
트로이카의 긴축 드라이브는 방향은 적절했지만 강도가 너무 셌다는 판단이다. 그리스는 경제규모가 큰 여타 유로존보다 재정승수가 높아 긴축의 경기 둔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국가였다. 또한 유사한 긴축 처방을 받은 아일랜드, 스페인 등에 비추어 그리스 국민성이 고통 분담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일랜드는 각료의 큰 폭 급여 감축에서부터 초기 대량 실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민성과 제도에는 이러한 유연성이 없었다. 이런 점들이 결국 구제금융이 시작된 지 5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금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본다.
이번 주말의 국민투표는 채권단이 제시한 안에 찬성하느냐 여부를 묻는 것으로 부결될 경우 그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여론은 그렉시트 찬성률이 20∼30%로 낮고 57대 33으로 채권단 안의 수용 비율이 높게 형성돼 있다. 부결될 경우 당장 그렉시트가 시현된다기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의도처럼 그리스는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새로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유로존을 이탈하지 않은 채 그리스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채권단의 추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여론조사대로 수용 비율이 높게 나올 경우 전통대로라면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이 예상되나 시리자당 공약이었던 ‘반긴축’의 철회를 공식적으로 유권자로부터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리자당은 총리 또는 연정 상대만 변경하면서 정권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렉시트로 이어진다면 남유럽 전염 우려와 미래 불확실성 등에 의한 내수 약화로 유로존의 성장률은 1% 포인트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더 강력하게 시행될 것이고, 스페인 포르투갈 경제가 회생 중에 있어 전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IMF에 따르면 유로존 성장률의 1% 포인트 하락이 미국과 한국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0.2% 포인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그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대(對)그리스 익스포저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환율절하 효과가 있겠지만, 관세장벽이 부활돼 그리스는 수출 효과를 향유하지 못한 채 중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것이 국가 위기 시 고통 분담을 회피한 대가라면 어느 나라라도 향후 이를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는 비록 디폴트를 겪더라도 유로존 내에 잔류하면서 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유로존도 그리스를 설득해 통합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
[시사풍향계-김위대] 위기의 그리스, 어찌 될 것인가
입력 2015-07-02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