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광어와 애플 망고, 경상도의 제피(산초), 전라도의 유자가 만나면 무슨 맛일까? “하나하나는 훌륭한 식자재지만 이것들이 서로 어울려?”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훌륭한 전채 요리가 탄생한다.
지난달 25일 저녁 제주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의 ‘밀리우’에서 맛본 결과 제피의 톡 쏘는 듯한 맛이 깔끔한 맛을 한층 더 강화시켜주었다. 밀리우가 27일부터 내놓고 있는 코스 요리 6가지 중 첫 번째로 나온 전채요리였다. 밀리우는 제주지역에선 처음 문을 연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향이 강한 산초를 프렌치 요리에 쓸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밀리우를 책임지는 윤화영 셰프는 “이 호텔의 이민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귀띔했다. 아이디어를 준 사람과 이를 받아들여 멋진 요리로 탄생시킨 두 사람 모두 대단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까지 식음료를 총괄했던 셰프였다. 지난해 10월 셰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특급호텔 대표가 됐다. 그만큼 요리 전문가이니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 이 대표는 “제주의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로컬(지역) 식재료와 조리법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스타일의 프렌치 요리들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에게 제주와 제주의 음식을 알리고 싶어 밀리우를 오픈했다”고 말했다. 스테이크에는 제주도 한우를, 디저트에는 제주도 구좌읍에서 나는 블루베리를 쓰고 있다. 앞으로도 제주도 고유의 식자재를 계속 찾아낼 계획이란다.
윤 셰프는 프랑스 국립고등조리학교 ESCF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에릭 브리파와 쟝 프랑수아 삐에쥬 등 프랑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했다. 부산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때문에 세 번이나 거절한 끝에 주방을 맡은 윤 셰프는 “제주도의 좋은 식자재로 프렌치 요리를 해보고 싶은 욕심에 결국은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윤 셰프는 “밀리우(Milieu)는 중심, 중앙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호텔의 중심인 아트리움에 위치하는 공간적 의미와 ‘제주의 맛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비 중앙에 자리 잡은 밀리우는 주방이 완전 노출돼 있다. 셰프들의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다 보인다. 윤 셰프는 “이곳에 오시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요리사들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눈썰미 있는 이들이라면 밀리우의 식기와 음식을 나르는 트레이도 예사롭지 않은 것을 눈치 챌 것이다. 그릇도 윤 셰프가 프랑스 등지에서 직접 보고 고른 것이라고 했다. 유백색 접시 사이에서 화려한 맵시를 뽐내는 컵 하나가 10만원일 만큼 값비싼 것들이다. 특히 길쭉한 트레이는 가벼우면서 강도가 센 카본 재질로 120만원이나 한다.
밀리우는 12개의 바 좌석과 5개의 개별 룸으로 이루어져 있다. 룸도 완전히 폐쇄된 공간은 아니다. 나뭇가지를 엮은 룸에 들어가면 마치 새장에 들어 앉아 있는 느낌을 준다. 오후 6∼10시 운영된다. 17일부터는 점심 식사(낮 12시∼오후 3시)도 가능하다. 코스요리 가격은 8만9000원(봉사료·세금 포함)이다.서귀포=김혜림 선임기자
제주 식재료+프렌치 요리 ‘황홀한 味感’ 경험하세요… 가볼만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밀리우’
입력 2015-07-02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