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구제금융 연장에 대한 막판 협상에 나선 것은 그리스의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이에 따른 유로존 위기에 대해 양측이 압박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그리스 경제가 마비된 가운데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구제금융 연장을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전날 밤 치프라스 총리에게 호텔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율을 기존의 23%가 아닌 13%로 내릴 것을 요구하고 연금 삭감 요구도 일부 양보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2차 구제금융 단기 연장과 함께 앞으로 2년간 구제금융 지원을 요구하는 협상안을 전격 제안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실행 가능한 합의를 위해 협상을 계속하겠다”면서 2년 동안 유럽안정기구(ESM)가 그리스에 필요한 재정과 채무 재조정을 위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다만 3차 구제금융 제안은 국제통화기금(IMF)을 배제한 것이어서 IMF가 동의할지는 확실치 않다. 외신들은 이번 제안에 대해 “몇 개월간 논의하던 경제개혁안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면서 2차 구제금융의 연장이 아닌 ‘3차 구제금융’ 요청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막판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면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당초 5일로 예정된 그리스의 채권단 협상안 찬반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하는 것이 추후 협상에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만약 그리스 시민들이 영원히 긴축정책 속에서 살고 싶다면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 협상안이 받아들여지면 총리직에서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융커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 부결은 그리스가 유로존과 EU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그리스 국민들에게 채권단의 제안에 찬성할 것을 압박했다.
그리스 정부가 전날 공개한 투표용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반대(OXI)’가 위에, ‘찬성(NAI)’이 아래에 있어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반대를 유도하기 위해 ‘찬반’ 투표가 아닌 ‘반찬’ 투표를 실시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BBC는 “투표용지에 인쇄된 내용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가 막판 협상에 실패하고 예정대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그렉시트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브느와 쾨레 ECB 집행이사는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 제코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지금까지는 이론적인 문제였지만 불행히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구제금융 협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치프라스 정권의 퇴진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채권단은 그리스 현 정부가 협상안을 제대로 이행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국민투표로 정권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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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1 03:56 수정 2015-07-01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