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아동이 동급생으로부터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과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사진).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너무 어리다며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종결했다. 양측 학부모는 서로 억울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자신을 초등학교 3학년 A군의 어머니라고 밝힌 B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아들이 동급생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자폐아동이라며 “폭력에 취약하고 공격을 받았을 때 자기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며 운을 뗐다.
A군은 유치원생 때부터 친구로 지낸 학생 등 동급생 2명과 수시로 ‘체포놀이’를 했다고 한다.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듯 두 손을 뒤로 하게 하고, 목을 뒤로 젖히게 한 뒤 신체에 상해를 가하는 놀이라고 B씨는 덧붙였다. 이 놀이에서 A군은 항상 범인 역할을 맡아 폭행당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가장 심한 상처가 난 건 지난 5월 13일이다. 체포놀이 과정에서 폭행당했다는 얘기를 어른들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일종의 보복을 당했다고 한다. 가해 학생들은 A군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화장실에 고립시킨 뒤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잡아 뜯었다고 한다. B씨는 “가해 학생들은 웃으면서 화장실을 나가고 ○○는 혼자 주섬주섬 바지를 치켜 입고 나왔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폭행 정황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5장이 첨부돼 있다.
학교 측은 몇 차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연 끝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A군을 괴롭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적 학대는 증거와 증인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에게는 올해 종업식 때까지 접촉과 보복을 금지하도록 하고 학부모와 함께 2시간씩 특별교육을 받게 했다. 현재 이들 학생과 A군 모두 학교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금도 가해 학생 부모들은 잘못을 뉘우치면서 반성을 하기는커녕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일삼고 저희 가족이 누명을 씌웠다는 여론을 조성하여 비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측은 학폭위 결정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학부모는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아이가 학교 조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때리거나 꼬집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며 “진짜 가해자가 누구인지 저 또한 미치도록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학교 등 관계자는 이 사건을 이대로 덮기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나이가 만 10세 미만으로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에서 지목한 가해자가 보호처분 대상인 촉법소년의 나이(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도 못 미쳐 수사를 진행할 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측에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강남교육지원청과 함께 사건 발생 직후부터 관여해 왔다. 재심은 이달 22일 열릴 예정이다.
강창욱 최예슬 기자 kcw@kmib.co.kr
“초등 3년 자폐아 동급생들이 폭행” 파문
입력 2015-07-01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