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 디폴트 상황이 되면… 외국과의 금융거래 어려워져 심각한 자금난

입력 2015-07-01 02:28

그리스가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채무상환일을 넘겨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들어갈 경우 그리스 경제는 물가 급등과 실업 급증, 기업·은행의 연쇄 파산, 성장률 급락 등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폴트 상태가 되면 그리스와 외국 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현금인출 제한 등의 자본통제가 장기화되면 1080만명 국민 대다수의 삶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정부는 연금 지불액을 줄이고, 기업들은 임금을 체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침체가 심각해지면 기업들도 줄도산을 하게 된다. 그럴 경우 현재도 전체 실업률이 25%, 청년 실업률이 50%인 그리스는 실업률이 더욱 올라가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연금과 임금이 삭감되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

그리스는 서비스업이 전체 경제의 81%를 차지한다. 연간 1500만명의 외국인이 찾아오는 등 관광 관련 서비스업 비중이 크다. 하지만 사회가 혼란해지면 관광객들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이 줄면 숙박업이나 요식업, 운송업 등도 차례로 피해를 입어 그리스의 성장률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그리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8.9%)을 저점으로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 0.8%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다시 급격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시간이 지나 치안이 안정되면 통화가치 하락 효과로 해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5일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반대가 나와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로 이어질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유로존을 나가면 유로화 대신 옛 화폐인 드라크마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높고, 드라크마의 가치 폭락과 화폐 변환에 따른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그리스가 반드시 유로화를 포기해야 한다거나, 유로존이 그리스를 내쫓는 어떤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선택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눈앞의 이익은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면 GDP의 1.8배인 3230억 유로(약 403조원)의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된다. 또 통화가치 폭락으로 무역에서 일시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신뢰도 저하로 인한 그리스와의 거래 중단 등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