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살인 죗값은?… 국민일보 기자, 그림자배심원으로

입력 2015-07-01 02:41
“여러분이 오늘 판결하실 내용은 어쩌면 내일 뉴스 한 꼭지에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공정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30일 서울 동부지법 3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사는 배심원담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법정에선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일하던 김모(37)씨가 지난 3월 S술집 주인 신모(35)씨를 살해한 사건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웃이던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김씨가 컵을 깨뜨리자 신씨가 “돈도 없는 게 왜 남의 물건을 깨고 그래”라고 말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화가 난 김씨가 병으로 신씨의 머리를 내려쳤고 신씨가 피를 흘리자 119에 “머리를 다친 사람이 있으니 출동해 달라”고 신고했다가 “감히 네가 나를 때리냐”고 무시하는 발언을 듣고 번복했다. 김씨는 신씨를 사정없이 폭행해 살해했고 옷에 불을 붙여 살인을 은폐하려 했다. 현장에서 15만3000원도 훔쳤다.

무작위로 선정돼 재판정에 나온 30여명의 시민 중 남녀 5명씩 모두 10명이 배심원단으로 뽑혔다. 쟁점은 김씨가 음주로 인해 심신 미약 상태였는지, 재범 위험성 여부 등이다. 피해자가 현장에서 살해당했고 목격자도 없는 상태여서 김씨의 진술만을 토대로 한 만큼 어느 때보다 객관적 판단이 필요했다. 김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 당시 살인, 현주건조물방화미수, 사체손괴와 절도 등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가 피고인 신문에선 범행 내용 일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바꿨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0년과 위치추적전자장치 10년을 구형했다. 국선 변호를 맡은 엄호성 변호사는 “미리 도구를 준비하거나 작심하고 저지른 사건이 아니다”며 “만취한 상태였고 재범의 위험성을 담보할 수없다”고 최후 변론했다.

배심원단은 양형 기준 등을 놓고 논의를 했다. 재판에는 국민일보 기자를 포함해 10여명의 ‘그림자 배심원’도 함께했다. 그림자 배심원은 방청객을 가장해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평의·평결절차를 거치는 모의 배심원제도로 지난 2011년 시작됐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영학)는 범행 당시 심신 미약 상태를 인정하지 않으며 김씨에게 징역 18년에 전자발찌 10년을 선고했다. 배심원단도 의견을 같이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