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주유소’ 도입 땐 공군 작전반경 크게 넓어져

입력 2015-07-01 02:19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는 공중급유기의 도입은 그간 제한됐던 공군의 전투력이 대폭 강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업에서 공군이 사용할 공중급유기에 유럽 에어버스 D&S의 A330 MRTT가 선정된 것은 무기 도입처가 다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하지만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우리 공군으로서는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능이 검증된 급유기, 유럽 3전4기 끝에 승리 =A330 MRTT는 현존하는 공중급유기 가운데는 가장 많이 팔리고 또 실전에 투입돼 성능이 검증된 ‘베스트셀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을 추진한 국가 가운데 미국과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들이 이 기종을 선택했다. 60여대가 계약돼 이미 24대가 운영되고 있고 2014년 8월에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연합군 공습작전인 ‘오크라 작전’에 투입돼 실전경험을 갖기도 했다.

A330 MRTT는 공증급유기의 핵심성능인 연료탑재 능력과 전투병력 및 군수화물 수송능력에서 앞섰다. 비용과 성능, 운용 적합성, 절충교역과 기타 계약조건 등 4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급유량은 11만1000㎏으로 경쟁기종 보잉의 KC-46C(9만6297㎏)보다 많다. 수송인원도 A330 MRTT는 3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데 비해 KC-46C는 114명에 그쳤다. 최대 항속거리도 A330 MRTT는 14만8000㎞인데 KC-46C는 12만2000㎞에 불과했다. A330 MRTT는 컴퓨터로 모든 작업이 진행되는 전자식 플라이 바이 와이어 조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A330 MRTT는 기술이전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공군은 한국산 전투기 사업인 ‘보라매사업’을 위해 첨단항공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어버스는 한국군이 원하는 기술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격 면에서도 운이 따랐다. 최근 유로화 가치 급락과 달러화 상승 등 환율변동으로 가격경쟁력에서도 앞섰다.

우리 군의 대형무기 사업을 놓고 그간 유럽과 미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부분 미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유럽산이 승리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4차례의 접전에서 3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문제=공군의 주요 무기체계 도입 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이었다. 연합작전 수행 시 동일 기종을 사용할 경우 유리한 점이 많아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호운용성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복잡한 무장체계를 공유할 필요가 있는 전투기와 달리 후방에서 급유나 수송을 하는 단순한 지원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급유기와 전투기 간에 운용에 필요한 데이터링크시스템을 장착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작전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마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