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무기한 연기키로 합의했다. 당초 2일 열릴 예정이던 운영위 회의에서는 청와대의 업무보고가 이뤄질 계획이었다. 이번 연기 결정에는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참석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고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1일로 예정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당정협의에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권이 사퇴를 거부하는 유 원내대표에 대해 고사작전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유 원내대표의 기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자진사퇴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30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던 국회 운영위 회의가 당정의 협의에 따라 무기한 연기됐다”면서 “거부권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회에 출석하면 야당의 불필요한 정치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유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면 원내대표 역할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위는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을 소관 업무 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여당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는다.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1일로 예정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당정협의를 주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당정협의에 유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고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대신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 원내대표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당정협의에 유 원내대표와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자리를 함께하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를 새누리당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앞으로 어떠한 당청협의나 당정협의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원 정책위의장이 정책 공조를 위한 당정협의나 당청협의를 주재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유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추경 당정협의에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전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일 오전 7시30분 당정협의에 이어 오전 9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추경과 관련해 보고를 할 예정이라 중복을 피하기 위해 유 원내대표가 불참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의 전방위적인 ‘유승민 옥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당·청, 유승민 주재 국회 운영위 무기 연기
입력 2015-07-01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