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어버스’ 공중급유기, 한국 하늘 난다

입력 2015-07-01 08:37

우리 공군 전투기의 작전시간과 작전반경을 대폭 늘려줄 공중급유기 기종이 30일 독일·프랑스·스페인 컨소시엄인 유럽 에어버스D&S의 A330 MRTT로 최종 결정됐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고정익 항공기 가운데 유럽산이 선정된 것은 영국산 훈련기 T-59 호크, 스페인에서 제작한 수송기 CN-235 1차 인도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은 공군 무기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무기 도입처 다변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8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사추위)를 열어 A330 MRTT를 공중급유기 기종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A330 MRTT는 마지막까지 미국 보잉사가 제안한 KC-46A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평가항목 4개 분야에서 모두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에는 중고 기체를 활용한 이스라엘 IAI사의 KC-767 MMTT도 도전장을 냈지만 두 기체의 평가 수준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방사추위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A330 MRTT는 원거리 작전임무 지역에서의 체공시간 및 공중급유량, 인원 및 화물 공수 등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A330 MRTT는 가격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이어 “A330 MRTT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현재 운용되고 있고, 국내 민간 항공사를 활용한 안정적인 창정비 능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창정비는 항공기를 격납고에 입고한 뒤 각종 시스템 점검, 완전 분해 후 기체 주요 부위 상태 검사,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결함을 발견하고 수리·보강·성능개선 등을 통해 항공기를 완벽한 상태로 만드는 전 과정을 말한다.

공중급유기는 1조4881억원을 투입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대씩 4대가 도입된다. A330 MRTT는 유럽의 에어버스D&S가 2007년 6월 에어버스 A330-200을 개량해 만든 다목적 공중급유기다. 이 급유기는 동체가 크고 쌍발 엔진, 2열 통로 기종의 장거리 여객기다. 길이만 58.80m에 동체 폭이 5.6m에 달하는 등 전 세계 차세대 급유·수송기 중에서 가장 크다.

A330 MRTT는 급유 성능이 우수할 뿐 아니라 동체가 커 300여명의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대형 수송기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항공기다. 인도 카타르 등 10여개국 공군에 62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거나 판매할 예정이다.

급유 능력은 11만1000㎏으로 F-15K 21대와 KF-16 41대의 연료를 제공할 수 있다. 병력은 300명, 화물은 4만5000㎏, 환자용 침대는 130개를 탑재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는 1만4800㎞에 이른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공군 전투기의 작전반경이 독도와 이어도에 이어 평양∼원산선 이북 지역 등 원거리로 확대된다. 공군 관계자는 “작전시간은 1.5배 이상 최대 3배까지 늘어나고 작전반경도 2∼배 확대된다”고 말했다. 또 연료 소모를 걱정하지 않고 미사일 등 무장을 최대한 탑재할 수 있어 전투기의 타격 능력도 대폭 강화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