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가계부채… 금리 오르면 고자산가도 위험

입력 2015-07-01 02:46

가계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저소득층 외에 고자산가,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실위험지수 100을 초과하는 가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위험가구 수는 금융부채를 보유한 전체 1090만5000 가구 가운데 10.3%인 112만2000가구로 2013년보다 4000가구 증가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리가 2% 포인트 상승하는 동시에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면 위험가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10.3%(112만2000가구)에서 14.2%(154만8000가구)로 3.9% 포인트(42만6000가구) 늘어나고, 위험부채(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율은 19.3%에서 32.3%로 13.0%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다.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섰고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경기침체의 도화선이 될 우려가 높다. 금융안정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금리가 현재보다 3% 포인트 올라가면 위험가구 비율과 위험부채 비율은 각각 14%, 30.7%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다 집값 하락은 부실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금융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기존보다 15% 떨어지면 위험가구 비율은 13.0%, 위험부채 비율은 29.1%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저소득층이 아닌 소득기반이 열악한 고자산 보유 가구 등도 이런 위험에 취약했다. 조사 결과 금리와 주택가격 변동에 소득 1·2분위, 자산 5분위, 자가 거주, 자영업자 가구의 부실위험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리가 2% 포인트 인상되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자산 5분위 위험부채 비율은 17.3%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기반이 부족한 고자산가의 경우 자산 담보에 따라 빚을 더 많이 지는 경향이 있어 금리 인상이나 집값 하락 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자가 거주자는 13.8% 포인트, 자영업자는 16.1% 포인트 상승해 전세 거주자(9.9% 포인트), 정규직(10.1% 포인트)보다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자산분위는 숫자가 클수록 고소득·고액자산가를 의미한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전체 가계부채 비율은 3월 말 현재 138.1%(추정치)로 지난해 9월 말(135.4%)보다 2.7% 포인트 늘어 6개월 만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일반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은 비중이 최근 들어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자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대출 갈아타기에 나선 것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