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사형에 독극물을 사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 판결을 계기로 사형제도 자체를 존치시켜야 하느냐는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연방대법원은 오클라호마주 당국이 사형집행 때 수술용 마취제인 ‘미다졸람(midazolam)’을 쓰는 것이 합헌이라고 5대 4의 우위로 판결했다.
미국에선 ‘잔인한 형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 때문에 3단계의 ‘친절한 사형’이 이뤄진다. 우선 사형수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마취제를 투여한다. 그 뒤 신체를 마비시키는 약물을 주입한다. 그런 뒤 최종적으로 심장을 멎게 하는 약물을 집어넣어 숨지게 한다. 미다졸람은 1단계 때 쓰이는 약물이다. 원래는 미다졸람이 아닌 더 강력한 마취제가 사용됐으나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이를 생산하는 제약사들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면서 생산이 중단돼 그 대체재로 미다졸람이 쓰이게 됐다.
그런데 미다졸람이 신체마비 약물 등과 혼용되면서 일부 사람에게는 마취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오클라호마주가 미다졸람을 사용했으나 사형집행 도중 사형수가 의식을 되찾았고 40여분간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친 적이 있다. 그러자 오클라호마주에서 복역 중인 사형수 3명이 올해 초 미다졸람 사용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하지만 다수 의견을 주도한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청구인들은 미다졸람이 왜 위험한지를 충분히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형 반대론자들이 야기한 약품 부족 사태로 사형수들이 혜택을 봐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심리과정에서 진보 성향 대법관 2명은 사형제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사형제도는 잔인한 형벌이라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형 선고와 집행시점 간 시차 때문에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도 잔인한 형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수십년간 100명이 넘는 사형수들이 나중에 무죄인 게 확인돼 풀려났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우리 대법관들은 대다수 미국인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는 안전한 집에서 살지만 대다수 시민은 범죄와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말로 사형제 존치를 주장했다. 미국에선 현재 32개주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5차례 집행이 이뤄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美 대법원 “독극물 사형 합헌”
입력 2015-07-01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