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안-산업계 반응] “공장 문닫으라는 거냐” 비명

입력 2015-07-01 02:35

산업계는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확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30개 경제단체들과 발전·에너지 업종 38개사는 30일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우리나라 경제 관련 단체 대부분이 포함됐다. 그만큼 업계의 위기감이 크다는 의미다. 김주태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현장에서는 ‘공장 문 닫으라는 얘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국내 업체들을 외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t당 철강회사들의 영업이익은 3만5000원꼴”이라며 “온실가스 초과 배출로 t당 3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 누가 공장을 돌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목표대로 온실가스 감축 조치가 시행되면 철강, 석유화학, 발전 등 우리나라 기간 제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산업계는 정부가 현실적인 여건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에너지 소비 구조를 오래전부터 개선해 왔는데 정부는 무조건 더 줄이라고 요구한다는 논리다. 철강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은 국내 철강업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전문가들도 더 줄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인정한다”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텐데 무작정 줄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 전경련이 지난 16일 외국 조사 업체들을 인용해 발표한 주요 업종의 에너지 효율을 보면 국내 업체들의 에너지 효율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조강 1t 생산 시 에너지 투입량을 한국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일본은 104, 미국은 118에 달했다. 에틸렌 1배럴 생산도 마찬가지로 한국이 100이라면 유럽은 144.8, 북미는 167.2 수준이었다.

산업계는 유럽·미국과 다른 한국의 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조업은 사양산업이지만 국내 제조업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문에 반도체 업체가 갑자기 첨단 신재생에너지 업체로 업종을 전환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투자 위축이나 공장 해외 이전 등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변경되지 않을 경우 업계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기업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탄소배출권 조정 요구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시작된 탄소배출권 할당과 관련한 기업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고려아연 LS니꼬동제련 등 비철금속협회 소속 18개사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협회 소속 15개사는 ‘탄소배출권 할당량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남도영 노용택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