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는 아브라함의 종이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배필을 찾는 기도가 나옵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사타구니 밑에다 손을 넣고 맹세한 후 비장한 마음으로 약 800㎞, 20일 정도를 걸어서 하란에 이르게 됩니다. 종에게 그 일은 얼마나 막연했을까요. 내가 내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남의 배우자감을 구해서 가나안에까지 데려가야 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유목민들은 종일 양들을 이끌고 초원을 헤매다가 저녁이 되면 양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모여야 했고, 여인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길러 옵니다. 이때 그 종은 자신이 아니라, 주인 아브라함에게 응답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주인인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곁에서 어깨 너머로 보았을 뿐, 자신은 하나님이 누구인지도 만난 경험이 없습니다. 종이 오늘날처럼 제자훈련을 하고 큐티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받았겠습니까.
그 종은 아브라함이 위기 때 하나님을 찾고 부르는 것과 그렇게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 그가 잘되고 복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종은 하나님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으로 어설픈 기도를 올립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입니다.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어떻게든지 저를 도와주십시오. 무작위로 한 소녀를 만나서 ‘여보시오, 물 한 모금 마시게 해주시오’라고 말하면 저에게 물을 주며 함께 있는 낙타 열 마리에게도 물을 먹여주는 여인이 하나님이 정해 주시는 주인 아브라함의 자부 감으로 알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낙타 한 마리가 사막을 여행하면서 물을 저장하는데 보통 100ℓ까지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요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때 기도를 막 마치기도 전에 하나님이 응답해 주시는 것처럼 심히 아리따운 한 소녀가 우물물을 퍼서 자신에게 마시도록 하고, 낙타 10마리에게까지 다 먹입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정확한 인도하심을 보게 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리브가의 힘써 섬기는 행위는 배려와 너그러움이었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갑작스럽고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평소의 착한 습관이 배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를 적격자로 확신합니다. 그가 기도한대로 응답됐고, 모든 일의 과정이 순탄하고 물 흐르듯이 척척 이뤄집니다. 종의 믿음이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아브라함의 믿음으로 하나님이 앞서 가시면서 이미 모든 것을 예비해 두신 것입니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까. 해결할 수 없어 암담한 순간을 만났을지라도 결코 낙심하지 마십시오.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계셔서 더 놀랍게 역사하심을 분명히 보여 주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십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고 이 눈에 아무 증거 보이지 않아도 묵묵히 믿음으로 길을 걸어가면 하나님이 친히 가장 좋은 것으로 예비하시고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민찬기 목사(예수인교회)
[오늘의 설교] 아브라함의 종의 기도 응답
입력 2015-07-01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