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승민의 선택] 劉 “왜 최고위원회가 내 거취를 논의하나”… 긴급 최고위원회의

입력 2015-06-30 02:25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왼쪽부터)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과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면전에서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비공개로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참석자들 간의 날선 대화가 오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親朴 등 “사퇴해야” 요구에 劉 반박=이날 회의에는 모두 8명이 참석했다. 김무성 대표,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 당연직 최고위원인 유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회의에 들어왔다. 이들 중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가장 수위가 셌던 인물은 김태호 최고위원이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용단을 내려야 한다” “사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압박했다. 친박 좌장인 서 최고위원과 이정현 최고위원도 악화된 당청 관계를 풀기 위해선 유 원내대표의 사퇴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자 김을동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는 게 어떻겠냐”고 진화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의 파트너인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거들고 나섰다. 원 의장은 “유 원내대표가 고민을 하겠다고 하니, 기다려줘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거취를 고민하는 시간에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과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참석자들이 발언을 권유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내가 왜 최고위원들로부터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또 “의원총회가 아닌 최고위원회에서 어떤 근거로 내 거취를 논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 최고위원이 “최고위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질타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는 후문이다.

◇서청원·김무성도 신경전=서 최고위원과 김 대표 사이에도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유화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 최고위원이 “지난번 사적으로 만났을 때 했던 얘기와 왜 공식 회의석상에서 하는 말이 다르냐”고 김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김 대표는 “다르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신경전이 이어졌다.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리는 데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가 친박과 비박 간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전에 경기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는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났다. 친박계 서청원·이정현 두 최고위원이 불참하면서 ‘반쪽 회의’가 됐다. 김 대표가 회의 주제를 메르스 사태와 제2연평해전 13주기로 못 박으면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회의 들어오기 전에 (발언 자제) 협조를 부탁했음에도 안 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의를 줬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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