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일단 버티기… 與 내전 기로

입력 2015-06-30 03:51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에 맞서 이길 수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린 유 원내대표의 뒷모습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은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고민하겠다”고 답하자 시간을 좀 더 주고 지켜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유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 불가피론을 들고 나오면서 유 원내대표가 결국 자진사퇴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당내 다수를 구성하는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데다 유 원내대표도 당장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 거취 문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갖고 “이유가 어쨌든 간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고, 그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 당을 위해서 희생을 통한 결단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 대표로서 어떠한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면서 “제게 그런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인사들과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피론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김 대표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김 대표)도 종국적으로 그렇게 가야 되는 것(사퇴)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거취 문제에 대한 즉답은 피한 채 “경청을 했고, 잘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해답을 찾지 못하자 김을동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좀 더 주자”고 제안했고 다수 최고위원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회의는 끝났다.

회의는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가 논의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서 최고위원이 이를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친박계와 비박계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