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침묵’으로 더 세게 ‘압박’… 유승민 거취, 공은 이제 당으로

입력 2015-06-30 02:53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국 최대 이슈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흘 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정면 비판하고 특히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사실상 퇴진을 강하게 압박했던 만큼 추가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나왔지만 이번엔 철저히 침묵했다.

청와대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없이는 당청 관계 회복도 없다는 강경 기류 속에 별다른 공식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이미 박 대통령의 뜻이 충분히 전달됐고,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진 만큼 지켜보겠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침묵 속 여당 압박, 국정 챙기기=박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제 공은 모두 여당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미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던 만큼 더 이상의 언급은 무의미하고, 당의 혼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선 당이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는 침묵 속의 압박인 셈이다.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는 이제 김무성 대표나 유 원내대표가 쥐고 있으며, 그들의 선택과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는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 외에 청와대가 나서서 할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다시 한번 유 원내대표 거취를 언급하거나 여야 정치권 비판에 나설 경우 대통령이 직접 정쟁에 뛰어드는 양상으로 비칠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신 15분가량 이어진 모두발언을 통해 최대 현안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문제를 비롯해 내수침체 극복 및 경기회복 방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제로의 개편, 곧 개막하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등에 대해서 당부와 주문을 쏟아냈다.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당청관계마저 경색된 상황에서 직접 국정 현안과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 상황을 다시 한번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경기회복 방안 신속 추진 거듭 강조=박 대통령은 특히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과감한 소비진작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주문의 핵심은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이행이었다. 신속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감으로써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특단의 경제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 방안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이것은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만 과감한 재정투자를 하면서도 소비나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 투자의 차질 없는 집행 등을 주문하면서 “사회 전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선 일학습병행제, 자유학기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이행의 중요성을 주문했다. 특히 “그동안 학벌 위주로 해서 사회가 어떻게 왜곡됐고 우리 청년들한테 어떤 고통을 줬는가 하는 게 (과제 추진 과정에서) 설명으로 나오면 좋겠다”며 “여러 가지 스펙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돈 쓰고, 그게 또 별로 소용없고 피곤하고 낭비가 되는 거잖아요, 젊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학기제는 공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아이들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핵심개혁 과제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