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인 김자영씨(가명·41)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김씨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시험기간 외에는 공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 딸의 스케줄을 보면 숨이 턱 막히기 때문이다. 김씨 딸은 1주일에 영어학원, 피아노·스포츠 등 예체능 학원에 총 11시간을 바치고 있다. 여기에 집에서 하는 학습지와 각종 과목 예·복습까지 더할 경우 식사 말고는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김씨는 “주변과 비교하면 우리 집은 그나마 학원에 덜 보내는 편”이라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애를 닦달하게 되는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학습시간이 대학생, 대학원생보다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5일제 도입으로 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대체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잦은 입시제도 변경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교육 열풍으로 대한민국 초·중·고등학생들은 책상머리 공부에만 내몰리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는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된 덕에 학생의 평균 학습시간(9월 기준)도 6시간17분으로 5년 전보다 32분 감소했다.
그러나 평일 기준 초등학생(10세 이상 기준)은 6시간49분, 중학생 8시간41분, 고등학생이 10시간13분을 학습에 할애하는 등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생활에는 변함이 없었다. 반면 대학생 이상의 학습시간은 평일 기준 5시간4분으로 초등생보다 짧았다. 학교 수업 시간이 짧은 초등생의 평일 학습시간이 긴 것은 학원 등 학교 외 학습시간이 2시간14분에 달하기 때문이다. 평일 학교에서 오랜 시간(8시간 21분)을 보내는 고등학생은 토·일요일 평균 4시간 이상씩 학원 등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시간은 하루평균 4시간24분이었다. 5년 전보다 5분 줄었다. 2011년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된 영향이 크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대체로 바빴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47분)이 5년 전보다 5분 증가했지만 여전히 여성(3시간28분)에게 집중돼 있었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남편의 가사노동 시간은 41분인 반면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은 4.7배인 3시간13분에 달했다. 이로 인해 토요일(남성 5시간44분, 여성 4시간55분)과 일요일(남성 6시간32분, 여성 3시간57분) 여가시간에서 남녀의 차이는 1시간 가까이 났다.
10세 이상 한국인 전체의 평균 수면시간과 식사시간 등은 5년 전보다 소폭 길어졌지만 여전히 바쁘고 피곤해 했다. 응답자의 59.4%가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30대(90.3%)와 맞벌이 가구 여성(88.2%) 등이 강하게 피로함을 호소했다.
5년마다 진행하는 생활조사시간은 전국 1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10분 간격으로 뭘 했는지 일지를 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열공’ 초등생 ‘빈둥’ 대학생… 초등생 학교 외 2시간 공부, 고교생은 하루 10시간 학습
입력 2015-06-30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