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메르스 환자 사실상 격리 해제… 이틀 연속 확진자 ‘0’

입력 2015-06-30 02:23
대전 서구 대청병원 관계자가 29일 메르스 대응을 위해 이 병원에 파견 왔던 군 의료지원단원과 포옹하고 있다. 의료진이 격리되는 등 코호트 관리에 들어갔던 대청병원은 4주 만인 이날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A씨(68)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지난 27일 인공호흡기를 뗐고, 격리 해제도 검토되고 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가래를 뽑아낸 의료진 덕택이다.

◇의료진 정성이 1번 환자 호전시켰다=국립중앙의료원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A씨가 지난 8일 이후 5차례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원은 A씨의 대소변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소변까지 검사한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완치 한 달 뒤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있어서다.

의료원은 A씨에 의한 감염 위험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고 곧 병실을 옮겨 치료하기로 했다. 사실상 격리 해제다.

의료원은 그러나 아직 완치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주치의인 조준성 호흡기센터장은 “폐렴이 남아 있고 염증 수치도 정상화되지 않았다”면서 “오랫동안 누워 있어 근력이 많이 약화돼 재활 치료가 필요하고 욕창에 대한 후속 치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전에는 의료진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조 센터장은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매일 A씨의 가래를 뽑아내는 시술을 했다.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해 폐에서 가래를 꺼내는 작업이다. 다른 호흡기 질환과 달리 가래가 끈적끈적해 배출이 어려웠다. 의료진이 감염될 위험이 컸다. 조 센터장은 “평소 건강했던 분이어서 이 고비만 넘기면 좋아지겠다는 생각에 더 집착했다”며 “바이러스와 관련해서는 폭풍과 같은 상황이 지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고혈압 외에 다른 기저질환은 없었다.

◇A씨, 병원 밖 상황 모른다=A씨의 의식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글을 써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긴 했으나 대화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조 센터장은 “안정을 위해 약 한 달간 재워놨었다. 깨어나서도 처음에는 주먹을 쥐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콧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그는 현 메르스 사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심리적 충격을 우려해 상황을 얘기해주지 않고 있고, 병실에는 TV도 없다. 권용진 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지난달 처음 병원에 왔을 때부터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고 혼미한 상태가 지속됐다”면서 “중동 방문 이력에 대해 고의적으로 거짓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그동안 이 환자가 바레인 체류 사실만 알려 초기 방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혀 왔다. 의료원 측은 “회복돼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사회적 비난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상을 회복하고 퇴원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조 센터장은 “최소 2∼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메르스 환자 이틀 연속 0명=메르스 환자는 28, 29일 양일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달 22∼25일 4일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후 한 달 만이다. 사망자도 없었다.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는 57명으로 이 중 14명은 상태가 불안정하다.

확진 판정 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141번 환자(42)와 150번 환자(44)는 전날 퇴원했다. 퇴원자는 모두 93명으로 전체 확진환자 182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보건 당국은 서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에서 이번 주 초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