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해외로… 원화 가치 낮추고 자본 수익 창출

입력 2015-06-30 02:41

정부가 29일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과 ‘외환제도 개혁방안’은 외환거래를 늘리기 위해 기존 대외거래의 사전신고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외환위기 이후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오던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외환거래의 기본원칙과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일본의 엔저 공세로 수출 경쟁력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넘쳐나는 달러를 외국으로 빼내 원화가치를 낮추고 자본 수익 효과도 노리겠다는 의도다.

하루 2000달러 이상을 해외에 보내거나 2만 달러 이상 외국돈을 찾을 때 요구되던 증빙서류 제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면서 해외유학생·재외국민·외국인 근로자 등 해외송금과 수취를 빈번히 하는 이들의 시간과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도 사전 신고의무가 폐지돼 사전신고에 따른 거래 지연이나 제한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적기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100만 달러 미만의 해외부동산 투자도 사후보고로 바뀐다.

해외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M&A 투자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상 사전신고 의무를 모두 사후보고로 바꾼다. 500만 달러 이하인 일반 해외직접투자도 사후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금융사들의 외환업무를 제한하는 칸막이가 사라진다. 비은행 금융사의 경우 외국환거래법에서 열거된 경우에만 외환업무가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에서 제한이 필요한 부분만 별도로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보험사들의 외화채권 투자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보험사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은 채권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어 등급이 없는 중국 위안화 채권 등에는 투자가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이런 채권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과 외환이체업이 새로 도입되면서 외화거래 경로도 다양해졌다. PG는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지급·결제를 대행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 이들을 통한 국경 간 거래 대행 업무도 가능해진다. 외환이체업은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아닌 전문기업이 국경 간 지급·수령 업무를 하는 경우다.

정부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해 공공부문의 해외 투자 확대를 본격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연기금들이 KIC에 자산운용을 위탁하는 경우 기금운용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M&A 등에 KIC가 공동투자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해외투자가 연간 15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제도 개선으로 외환거래 자율성이 대폭 높아지면 불법거래가 증가할 우려도 커진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세청·관세청·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련기관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외환전산망 거래정보를 분석해 의심 가는 거래는 자동적으로 걸러내는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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