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美 합중국 건국 바탕이었던 청교도 정신 회복하게 하소서”

입력 2015-06-30 00:57

세계 경제의 심장인 미국 뉴욕에서 한인 교회 성도들이 세계복음화를 외치며 3일간의 집회를 가진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6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하늘길 약 1만1000㎞를 날아가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기자가 접한 첫 소식은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는 “대법원 판결로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튿날 뉴욕의 중심 맨해튼 거리 곳곳에는 성조기와 함께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이 나란히 걸렸습니다(사진). 깃발 아래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브루클린에 거주한다는 한 중년 여성은 “판결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불과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들이 오래 전부터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고, 우리 사회는 이미 그 권리를 충분히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일을 맞은 28일(현지시간) 한인 교회 중에서도 보수적인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는 한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주일예배 어느 순서에서도 동성애와 관련된 메시지나 기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교민들을 수소문해 다른 한인 교회의 상황을 물었지만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얘기만 들려왔습니다. 6월 28일을 ‘동성애 조장 반대, 행동의 날’로 선포하며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던 한국교회의 모습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때 한인 교회 한 곳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설교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재빨리 걸음을 옮겨 설교 막바지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 강단에 선 목회자는 담임목사가 아니라 3일 동안 집회 강사로 초청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였습니다.

관계자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습니다. 강단에 오르기 5분 전 소 목사가 예정된 설교를 포기하고 동성애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예배 후 만난 한 성도는 “평소 갈급함이 있었던 동성애에 대한 설교를 듣게 돼 기뻤다”며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다른 성도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최근 동성애를 주제로 한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면서 “이제 크리스천 부모로서 성경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건국의 기본 정신은 영국 국교회의 탄압에 맞서 경건함과 금욕주의를 기본으로 삼았던 청교도 정신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기본 정신을 상실했습니다. 성경의 진리를 건국의 정신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된 미국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상실의 시대를 향한 비판정신마저 잃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인천공항을 향해 1만1000㎞를 다시 날아가기 전에 미국 땅에 남겨두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성경적 메시지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 것입니다. 성도들은 여전히 그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뉴욕=글·사진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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