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인 정치’로는 위기 극복은커녕 불만만 증폭될 뿐

입력 2015-06-30 00:48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배신의 정치’로 시작된 여당의 내홍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가졌으나 선뜻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청원 이정현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당청 관계 등을 위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유 원내대표가 즉각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유 원내대표가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해 조만간 사퇴할 가능성은 물론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친박 비박으로 갈라진 여권 내분이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이번 내분으로 대통령 및 친박 의원들과 상당수 비박 의원들 간에 국정 운영과 정국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완연히 드러났다.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빗대 ‘자기 정치만 앞세우는 사람’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유 원내대표 한 사람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미 의원들은 바로 그 유 원내대표를 의총을 통해 재신임했다. 게다가 이 사안을 놓고 재선 의원들이 ‘원내대표 사퇴 불가’라는 집단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결과적으로 순식간에 여당을 갈라치기 한 꼴이 됐다.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은 충돌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다 치더라도 차기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 진영은 날카로운 파열음을 낼 것이 뻔하다. 이 과정에서 여권 내 권력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박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게 되면 원내 리더십이 제대로 생기겠으며, 비박 의원이 선출되면 당청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누구보다 국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여권 내 자중지란의 심각함과 엄중함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미 국회 활동은 전부 멈췄고 경제살리기 또는 민생 관련 법안들은 언제 처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각 부처는 대통령이 불신임한 원내대표와 내전 중인 여당에 대해 적극적인 당정 협의를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피해가 어디로 가는지는 불보듯 뻔하다.

박 대통령은 좀 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경직성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여당 내부조차 설득을 못하는데 어떻게 야당을 견인할 수 있겠는가. 정치 현실적으로, 구조적으로 대통령 1인이 모든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 ‘배신의 정치’라는 경고와 그 배경은 국정 총책임자로서 일견 지적할 수 있고, 여당에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다. 이 사태의 지속은 정치와 국정운영에 메르스보다 더 길고 더 깊은 내상을 줄 수 있다. 유 원내대표 한 사람의 사퇴 여부가 그리 중요할 만큼 우리 정치와 국가가 가벼운가. 박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포용의 리더십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