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대표적인 전략가였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최근의 미국 사회 흐름에 대해 “이건 순전히 비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화당원들은 세상이 온통 좌파투성이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깅리치는 1990년대 중반 신보수주의를 내걸고 공화당의 새로운 변신을 주도했다. 그런 그가 요즘 상황이 비현실적이라고 발끈한 이유는 최근 미 대법원의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및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 정부의 불법이민 관련 규제 축소 움직임, 남부연합기 퇴출 요구 및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 등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미 사회가 경제 및 정치적 약자 보호, 인종 및 성적 소수자 배려 등 ‘다양성 강화’라는 큰 흐름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공화당이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그 어떤 이슈에도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깅리치의 당혹스러움은 현재 공화당이 처한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공화당 주변에서는 자칫 이러다 내년 대선에서 또다시 패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대선주자는 ‘변하는 사회’를 간파하지 못하고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표를 깎아먹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마이크 허커비 후보와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마약쟁이’ ‘강간범’으로 폄하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공화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피테 웨흐너는 “싫든 좋든 소수자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 주지사 출신인 릭 페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타당하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아리 플레이셔도 “요즘 젊은 유권자들은 공화당 정치인들을 보면 ‘왜 저 사람들은 달라진 현대적 삶과 좀처럼 공존하지 못할까’라고 의문을 갖는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출신의 전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포우렌티도 “나라가 변하고, 문화와 인구구성까지 달라졌으면 정치도 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이민 문제 및 소수자 문제에 관대한 태도를 가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나 히스패닉 출신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과 같은 중도우파 후보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또 ‘친절한(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는) 보수’를 표방하는 존 케이시크 오하이오 주지사도 그런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오클라호마주 하원 의원인 톰 콜은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변함없는 보수주의자였지만 반대파에 한번도 소리 지르거나 거칠게 책상을 친 적이 없었고, 꾸준한 설득과 인내의 정치를 펼쳤다”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연전연패 길 잃은 美 공화당… 이민·총기·동성결혼 등 이슈마다 민주당에 밀려
입력 2015-06-30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