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불안감에서 이제 벗어날 때 됐다

입력 2015-06-30 00:33
일상을 짓눌렀던 메르스 공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지난 주말과 휴일 전국의 고속도로와 유원지, 해수욕장, 공연장, 경기장, 백화점 등에는 모처럼 예년 이맘때 수준의 인파가 몰렸다. 메르스 발병 이후 외출을 자제하던 국민들이 점차 메르스 여파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이틀째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메르스 진정세도 전망되고 있다.

사람들이 다중시설을 많이 찾는다는 것은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심리가 그만큼 수그러들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메르스 공포는 실제 이상의 악영향을 미쳤다. 국민들 다수는 정상 생활을 하지 못했다. 발병 초기부터 당국의 방역 대책에 잇따라 틈이 생기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고 이는 메르스 충격을 심화시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제에 전가됐다. 세월호 참사 후유증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급기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방한을 취소하는 등 해외 평판도 크게 악화됐다.

메르스는 바이러스 자체의 위험성도 문제였지만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 심리적 감염과 이에 따른 사회적 불신이라는 보다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감염 경로, 방역 과정의 책임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사이에 갈등이 속출했다. 심지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병원 의료진 자녀들의 등교 거부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메르스 격리에서 해제된 전북 한 마을의 특산품 구매가 대거 취소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과민 반응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지난 주말과 휴일에 나타난 긍정적인 양상은 한 달 이상 우리를 힘들게 한 질병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서서히 메르스 출구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치밀한 방역 대책을 펴는 한편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준비가 필요하다. 메르스 따위에 더 이상 과도하게 위축돼서는 안 되겠다.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