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세금을 쌈짓돈처럼… 납세조합의 모럴해저드

입력 2015-06-30 02:28

세수 확대에 힘써온 정부가 정작 국내에서 일하는 고소득 외국인 근로자의 세금은 허술히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간 누락된 근로소득세만 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법무부 등을 상대로 납세조합에 대한 지도·감독 실태 감사 결과 2009∼2013년 사이 총 2433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근로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745억여원(가산세 포함)의 근로소득세가 누락됐다고 29일 밝혔다. 납세조합이란 세금 징수가 곤란한 외국법인 소속 근로자나 영세사업자 등을 위해 1954년 도입된 일종의 납세 대행 기관이다. 조합원의 소득세를 징수해 대신 납부하는 기관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이 주로 취득하는 국내 체류 자격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납세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납세조합의 행태는 투명한 세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A회사의 경우 무려 26명의 외국인 비행 교관이 2009∼2013년 사이 국내에 체류하며 받은 소득을 한 푼도 신고하지 않았다. B조선소에서도 선박 감리를 위해 파견된 155명의 직원의 1∼4년 동안 근로소득세를 국내에 신고·납부한 내역이 없었다.

턱없이 적게 소득을 신고한 경우도 적발됐다. 외국법인에 소속된 외국인 조종사들의 경우 2009∼2013년 사이 5개 귀속연도의 1인당 연간 신고 급여액은 1억2600만∼1억5700만원 사이였다. 반면 C회사에 파견된 외국인 조종사들은 이들의 절반도 안 되는 3500만∼4700만원을 신고했다.

납세조합에서 징수한 세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전국 21개 근로자 납세조합의 회계 운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18개(86%) 조합이 징수한 세금을 조합 운영비와 혼합 관리하고 있었다. D조합의 조합장은 지난해 7월 조합 명의 계좌에서 2억5000만원을 본인 계좌로 이체하는 등 5개 조합 임직원 6명이 40억여원을 임의로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2013년 21개 납세조합에 대한 실태 점검을 벌이고도 1곳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조합의 비리는 적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과세 인프라 확충으로 세정 역량이 강화됐음에도 국가의 징세권을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 비리 조합에 대한 제재 방안과 무신고 혐의 외국인에 대한 근로소득세 징수 방안을 마련토록 주문했다. 서울지방국세청엔 소득 과소 신고 혐의가 있는 C회사 조종사들의 누락 세액 533억5400만원의 추가 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