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서 예수를 믿고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양육하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공부를 통해 할머니들이 주님과 교제하면서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모릅니다. 힘들지만 목회의 보람을 느낍니다.”
강원도 강릉 하평2길 상가빌딩 지하에 위치한 광현교회 하연수(61) 목사는 강릉 지역 복음화와 노인목회를 하면서 갖는 보람이 이처럼 크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주일 예배를 드린 후 오후에 할머니 3명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할머니 3명의 나이는 각각 80, 82, 85세. 오랫동안 자신의 가치관으로 살아온 이들이 80세가 넘어 믿음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하 목사가 인내하며 일대일 양육을 통해 복음을 전하자 마음을 열고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할머니 중 2명은 하 목사가 노인정에서 이·미용 봉사를 하며 전도했다.
지난해 7월 교회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던 한 할머니를 주님의 품으로 보내드렸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딸이 몇 달 뒤 교회에 찾아왔다. 불교신자였던 아들 부부와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영접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교회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셨고 주님을 영접했는지 알려주니 따님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더군요. 어머니를 천국에 보내드렸다는 안도감에서였겠지요.”
하 목사는 “이런 고백을 들을 때마다 한 영혼도 참으로 소중하기에 농촌 목회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고 말했다.
울릉도 나리교회에서 5년 동안 안정적인 목회를 하던 그는 2011년 7월 광현교회를 개척했다. 그의 나이 57세였다. 울릉도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처음에는 고향인 대구에서 사역을 하려 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그의 길을 막으셨다. 강원도 삼척에서 사역하던 신학대학원 동기 목사의 갑작스런 전화 한 통으로 강릉과 인연을 맺었다. 강릉은 전국에서 복음화율이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나간 이들이 많아서 젊은이들을 보기 힘들다.
광현교회 성도는 현재 할머니 3명뿐이다. 사례비를 포기한 지는 오래됐다. 고정수입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선교비 30만원이 전부다. 식당을 운영하던 한 성도가 1500만원을 빌려간 뒤 잠적한 이후로는 교회 재정이 더 악화됐다. 하 목사는 그러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매일 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로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크리스천인 건물주의 배려로 교회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물주는 농촌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얼마 전부터 5만원 남짓한 관리비마저 탕감해줬다. 덕분에 하 목사는 이곳에서 ‘한 영혼’을 위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금요일마다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전도를 한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이·미용 봉사 등을 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다.
하 목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주님이 주신 한 영혼을 향한 사명감 때문이다. 불교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성령체험을 한 후 하나님으로부터 목회자로서 부르심을 받았다.
“힘들다고 이 사역을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충성되게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강릉 광현교회] 할머니 세 분과 함께하는 기도, 멈출 수 없습니다
입력 2015-06-30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