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디 원작 ‘한밤의 아이들’… 인도 독립 후 터진 주요 사건들 조명 드라마틱한 전개

입력 2015-07-01 02:34

1947년 8월 15일 자정.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이 가운데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살림과 같은 시간에 태어났지만 능력과 성격 모두 정반대인 시바. 엇갈린 인생을 살아가는 두 아이는 인도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함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한 인도 작가 살만 루시디의 ‘한밤의 아이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은 인도가 독립한 시간에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을 통해 독립 이후 주요 사건들을 짚어냈다. 영화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과 삶을 따라가면서 인도 역사를 판타스틱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영화의 주인공은 부잣집에서 자란 살림(시타 바바)이다. 그는 특별한 능력까지 갖고 있어 행복하게 살 것 같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시바(시타 하트)는 살림에게 “재수 없는 놈”이라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신분의 역전을 노리지만 결국에는 운명을 바꾸지는 못한다. 두 사람은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인도를 상징한다.

데뷔작 ‘샘과 나’(1991)로 제44회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쥔 인도 출신의 디파 메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인도의 독립,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자유가 박탈된 인도의 비상사태, 국가에 폐해가 된다는 점성술을 믿고 1001명의 아이들을 잡아가두는 정부 등을 짚고 나간다.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는 인도의 근현대사를 유유히 흐르는 갠지스 강물처럼 서사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전하는 메시지가 긍정적이다. “고된 인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우리의 인생은 사랑의 연속이었다.” “사랑은 낳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제3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6회 런던국제영화제, 제31회 벤쿠버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7월 2일 개봉. 15세 관람가. 14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