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관광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29위로 전년보다 3계단 하락했다. 우리나라 국가관광경쟁력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교통인프라 부문의 경우 도로 인프라의 질이 18위인 데 반해 철도 인프라는 10위로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 관광이 철도가 아닌 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교통 혼잡, 주차난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광의 시작과 끝은 교통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관광의 경우 대부분 관광버스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도심 도로에선 혼잡과 주차난이 발생되고 있다. 도로정체로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정작 관광에 사용할 시간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다.
201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약 1400만명으로 2009년의 배에 이르고 있다. 중국 관광객은 600여만명으로 2009년 대비 5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머물고, 일부가 제주나 부산, 강원을 방문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짧은 체제 기간을 고려해 장거리 여행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볼 곳이 없다며 재방문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4년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을 방문지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쇼핑이 7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0년의 59.8%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최근의 한류 열풍에 힘입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향수와 화장품, 의류 등을 사기 위해 쇼핑하는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가장 많이 찾는 쇼핑 장소로는 명동이 단연 선두이며 그 다음이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 등이다.
도심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을 해소하고 외래 방문객이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쇼핑도 즐기면서 많은 지방 관광지를 방문해 우리나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은 관광을 위한 이동수단을 기존의 도로 중심에서 초고속 교통수단인 KTX로 전환하는 것이다. 전국을 2시간대로 연결하는 KTX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지방 KTX 정차도시를 신속하게 연결함으로써 쇼핑과 관광을 충분히 즐기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KTX역을 관광 중심지로 육성해야 한다. 용산역, 동대구역, 광주송정역 등 KTX 정차역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해 면세점을 비롯한 쇼핑과 문화체험의 거리로 조성해 외래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또한 KTX역으로부터 주변 관광지로의 접근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전국에 분포해 있는 관광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래 관광객의 쇼핑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된 외래 관광객을 지방도시까지 유치함으로써 관광의 기회를 보다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외래 관광객이 20% 이상 감소해 관광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동을 비롯한 동대문시장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던 관광버스는 사라지고 면세점을 비롯한 쇼핑 고객 또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많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기의 순간에 KTX의 빠른 이동성을 기반으로 창조적인 관광산업의 새로운 틀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육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기고-오재학] KTX역을 관광 중심지로
입력 2015-06-3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