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에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정치 실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불신임 스탠스’에서 요지부동이다. 새누리당에선 ‘대통령의 의지’가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강해 결국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주류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만큼 사태는 쉽게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를 맞았다. 29일 경기도 평택의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또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박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지 지켜본 뒤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태흠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등 사태 추이를 살펴본 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집중 논의할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9일 제2연평해전 13주기 추모 행사 참석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책 논의 등을 위해 평택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향한 집중포화가 쏟아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서 최고위원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도운 유 원내대표와의 친분을 감안해 친박 측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등과의 접촉을 통해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김 대표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논의를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대표 측 의원은 “현재 마땅한 해법이 없다”며 김 대표의 난감한 입장을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와 관련,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야당은 메르스로 인한 경기침체 등 ‘민생 파탄’ 책임을 여권으로 돌리며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싹 죄고 나섰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행정부를 견제할 의무도 갖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모든 명령에 따르는 모습은 위험할 뿐 아니라 삼권분립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택 권지혜 기자 ptyx@kmib.co.kr
[이슈분석] 여권 밥그릇 싸움, 民生 축낸다… ‘정치 실종’ 비판 목소리 고조
입력 2015-06-29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