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국가 선언 1년] 佛 테러범, 참수 희생자와 ‘셀카’

입력 2015-06-29 02:44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국가 수립 선포 1주년을 앞두고 전 세계 곳곳이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IS 대원들이 지난해 1월 시리아 북부 라카에서 시가행진을 펼치고 있다(위쪽 사진). 라카는 이후 IS의 수도가 됐다. 지난 26일 IS 연계조직에 의해 튀니지 수스의 한 해변 호텔에서 발생한 테러로 38명이 숨진 가운데 현지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촛불에 불을 붙이고 있다. EPAAP연합뉴스

프랑스와 튀니지, 쿠웨이트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행태를 모방하거나 외국에 여행 나온 유럽인을 겨냥한 테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AFP,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리옹 교외 가스공장 테러범인 야신 살리(35)가 자신의 고용주인 에르베 코르나라(54)를 사건 당일 목 졸라 살해하고 참수한 뒤 잘린 머리를 들고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이후 사진을 캐나다의 한 전화번호로 전송했다. AP통신은 이 사진의 최종 수신자가 시리아 내 IS 점령지역에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시신의 머리를 참수하고 걸어놓은 행태가 IS와 일치하고, 테러를 감행한 날짜도 IS가 라마단(이슬람 단식 성월)을 맞아 공격을 권고한 날짜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살리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로 부인, 세 자녀와 함께 리옹 근처에 살고 있다. 그는 운송업체 트럭운전사로 테러를 저지른 공장에도 배달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자녀와 길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등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내도 “우리는 아주 정상적으로 살았다. TV에서 테러라고 하기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만 2006년 극단주의 성향의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이끄는 리옹시의 모스크에 나가면서 과격화된 적이 있었다.

튀니지 휴양지 수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38명은 영국인 15명을 비롯해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아랍의 봄’ 이후 사실상 유일하게 민주 체제가 들어선 튀니지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며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테러를 범한 튀니지 대학생 세이페딘 레즈귀(23)는 당시 해변의 파라솔 하나에 자리를 잡고 칼리쉬니코프 소총을 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범한 청년이었던 레즈귀는 국외로 나간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지난 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이런 부당한 세상에서 저를 거두시어 사람들을 처벌하고 고통받게 하소서. 그들은 죽을 때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린 정황 등은 이번 테러가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의 소행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IS 사우디아라비아 지부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쿠웨이트의 시아파 모스크(이슬람사원) 자살폭탄 테러 범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인 파흐드 술레이만 압둘모센 알카바로 밝혀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이번 사고로 이날까지 최소 27명이 숨지고 227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마단 기간 중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