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파장] 친박 ‘유승민 찍어내기’ 이유는… 밀리면 미래 없다 총선 지분 경쟁

입력 2015-06-29 02:13
박근혜 대통령의 정면 공격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찾은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이 텅 비어있다. 이병주 기자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흔들기에 사활을 건 표면적인 이유는 ‘당청 불협화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런 명분 말고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 진영이 내심 지분 확보 경쟁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당청 간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유 원내대표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게 친박 의원들의 전언이다.

한 친박 의원은 28일 “당청 간 협력도 잘 못했고 야당과의 협상에서 끌려 다니면서 무능력함을 보인 것도 문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통령이 분노한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여당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며 “‘식물 원내대표’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는 강경 발언도 나왔다.

친박 주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규합에 나섰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박 의원들은 “반박할 가치도 없다”면서 이런 시각에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비주류 지도부 체제 출범 이후 친박 세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치러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친박은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장 경선에서도 친박 후보와의 대결에서 비주류 정의화 의장이 승리를 거머쥔 바 있다. 다른 친박 의원은 이에 대해 “어느새 비주류가 당을 호주머니에 쏙 넣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누적된 갈등 관계가 국회법 개정안 사태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의 공론화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발언 등 정부 기조와 다른 정치적 소신을 공공연하게 밝혀 갈등 양상이 연출됐다는 얘기다. 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