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면 비판 이후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위한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면서도 현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법은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갖고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한 언급도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에 대해선 “함께 갈 수 없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셨을 때는 (관계 회복은)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라며 “유 원내대표가 사과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 기류와 관련해 “무겁고 엄중하다”며 “현재 분위기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라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유 원내대표의 엇박자 행보가 과도하게 이어진 게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원내대표 취임 이후 이른바 ‘소신’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자기 정치’가 오히려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발목을 잡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 새누리당 당헌 8조와도 배치된다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정면 비판하는 등 정부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잇따라 보여준 ‘일탈 행보’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직접적 도화선이 됐던 것은 국회법 개정안 합의였다. 하지만 이미 박 대통령은 지난달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서 보여줬던 유 원내대표의 태도를 보면서 “국정을 함께할 수 없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문제,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퇴 등에 이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한 게 결정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을 반영한 듯 지난달부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등을 중단했고,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당청 간 협의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으로도 유 원내대표의 ‘자기정치’ 식 행보가 이뤄진다면 향후 똑같은 갈등이 다시 표출될 것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29일 주재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떤 수준으로 대정치권 관련 발언을 할지도 주목된다.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강력 성토했던 데 이어 다시 한 번 유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만큼 더 이상 첨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천명하셨고, 이는 여러 차례 말씀하신 얘기”라며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재론 가능성을 낮게 봤다.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거부권 정국 파장] 朴 대통령 “유승민과 같이 못간다… 사과한다고 달라질 건 없어”
입력 2015-06-2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