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여권의 ‘내전’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맹비판하면서 협상 파트너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여당 내 협상파인 유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으면서 사태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8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유 원내대표는 바람에 휘는 나무 같다”며 “곧 바람은 지나가고, 나무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뿌리 깊은 나무를 위하여”라고 건배 제의를 한 뒤 “(유 원내대표가) 그런 나무가 되라는 뜻”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을 ‘흔드는 바람’으로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마리 앙투아네트(프랑스 혁명기 루이 16세의 왕비)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논평도 협상 파트너인 유 원내대표가 아닌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여당 원내대표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숙이고 여당 내 친박 의원들은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드리기 위해 여당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메르스 사태를 책임져야 할 박 대통령이 나서서 정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친박계 의원들이 불씨를 키우고 있는 꼴”이라고 거들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면서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지도부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방문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자고 요청했다. 정 의장은 기일을 확정하지 않은 채 “6월 임시국회가 잡혀있는 다음 달 7일까지 여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박 대통령과 친박 진영을 정면 겨냥한 것은 이번 사태를 ‘입법부 VS 청와대’의 구도로 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재부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권 내 ‘협상파’에 힘을 싣는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원내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뽑혀나가고 새 원내대표가 오면 청와대 앵무새 역할을 할 뿐 무슨 권한이 있겠느냐”며 “유 원내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버텨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입법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거부권 정국도, 그리고 이걸 일으키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된 국회법 개정안에 관한 문제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점’과 관련, “입법부의 권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될 경우 행정부의 위임 입법까지 국회 입법 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거부권 정국 파장] “바람은 곧 지나가고 나무는 그 자리 있을 것” 새정치 ‘유승민 구하기’ 측면 지원
입력 2015-06-29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