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진퇴를 놓고 벌어지는 여권 내 다툼을 보면서 가장 난감한 사람은 김무성(사진) 대표다. 직책으로 보나 정치적 영향력으로 보나 당과 청와대, 당내 계파를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인사여서다. 하지만 어느 편에 서든 본인의 거취가 직접 영향을 받아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다. ‘김무성 역할론’에 기대가 쏠릴수록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를 푸는 김 대표의 원칙은 ‘당이든 청와대든 내상이 가장 적은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쪽과 이를 막는 측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대표가 어느 선택을 하든 후폭풍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 불가피론에 힘을 실을 경우 당장 당청 관계에 훈풍이 불겠지만 당내 비박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 후임으로 친박 성향의 원내대표가 들어서면 김 대표가 고립될 수도 있다. 여권에선 청와대의 다음 타깃은 김 대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관계를 ‘순망치한’에 빗대는 이유다.
그렇다고 유 원내대표를 지키자니 대통령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친박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가 현실화되면 조기 전당대회 개최까지 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현재 새누리당 최고위원 8명 중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제외한 5명이 유 원내대표 사퇴 쪽에 서 있다. 대통령 탈당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거취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김 대표로선 최선이라는 말도 나온다.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거부권 정국 파장] 누구편 들든 ‘후폭풍’… 김무성, 진퇴양난
입력 2015-06-29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