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수사 종착지를 목전에 두고 ‘소환 거부’란 변수에 부딪혔다.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이 수사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이 의원에게 27일 출석해 달라고 통보했으나 이 의원은 불응했다. 검찰은 당초 이 의원을 지난 22일 조사하려 했지만 이 의원 측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27일로 소환날짜를 조율했었다. 수사팀은 “이 의원이 출석하기로 확약해 놓고 불응했다.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성 전 회장에게서 수천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 의원 역시 수사팀의 두 차례 소환을 모두 거부했다. ‘검찰의 부당한 소환에 응해선 안 된다는 게 당 지도부 방침’이라고 밝혀 향후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28일 두 의원에게 다시 소환을 통보했다. 이어 “(불응 시) 다양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이 자진 출석하도록 종용하는 것 외에는 두 사람을 조사실에 앉힐 현실적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다음 달 7일까지 잡혀 있어 그 전에 강제구인을 해 조사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리스트에 등장하는 8인 가운데 5명만 소환조사한 상황에서 리스트 밖 정치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되레 체포영장 청구 자체가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소환조사를 포기하고 서면조사 방식 등으로 물러서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앞서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정치인 2명이 있다. 서면으로 사실을 확인할 부분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팀으로서는 수사 일정상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수사팀은 지난 24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등의 재판에서 “전체 수사가 끝날 때까지 1∼2주일 남았다”고 밝혔었다. 리스트 수사를 사실상 끝낸 상황에서 이·김 의원 등 리스트 밖의 남은 의혹을 정리한 뒤 다음달 초에는 수사 결과를 내놓으려는 것이다.
수사팀 안팎에서는 두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 리스트 속 정치인들과 분리해 두 의원의 의혹을 계속 수사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대상자들이 칼자루를 쥐게 된 형국”이라며 “두 의원이 조사에 응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고 상황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檢, 수사 종착역서 ‘곤혹’… ‘成 금품수수 의혹’ 이인제·김한길 소환 불응
입력 2015-06-29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