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27일부로 출시 15개월이 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보조금을 올리지 않았다. 15개월이 되자마자 ‘공짜폰’으로 만들어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이통사들이 보조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8일 이통 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기준으로 갤럭시S5의 보조금은 상한선인 33만원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SK텔레콤은 8만4000∼25만원, KT는 11만7000∼26만8000원이다. 보조금이 가장 많은 LG유플러스도 30만8000∼33만원 사이다.
단통법에 따르면 보조금 상한선은 33만원이다. 하지만 출시 15개월이 지나면 이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조사나 이통사가 원하는 만큼 보조금을 쓸 수 있다. 올해 초 갤럭시 노트3가 출시 15개월이 되자 이통 3사는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높였고, 시장에서는 ‘공짜폰’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갤럭시S5는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시장점유율 50%가 붕괴된 SK텔레콤이나 점유율을 더 높이고 싶은 KT, LG유플러스 모두 욕심을 낼 만한 상황이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 보조금을 올려도 판매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경쟁사도 가만히 있기 때문에 아직은 보조금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5의 수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갤럭시S5는 시장에 일부 물량이 재고로 남아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을 올리면 홍보효과는 있지만 실제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3 때도 보조금이 늘었다는 소식에 매장을 찾았지만 물건이 없어서 사지 못한 소비자가 많았다.
반면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인 헬로모바일은 알뜰폰 업계 최초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직후인 지난 18∼24일 1주일 동안 번호이동 건수가 5657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주(11∼17일)의 4400건보다 28.5% 증가한 수치다. 헬로모바일이 이통 3사보다 최대 1만원가량 낮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게 이유다.
헬로모바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 고객 중 절반가량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단말기에 유심만 갈아 끼워 쓰는 유심 요금제를 선택했다. 단말기 교체 없이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이통사를 통해서만 스마트폰을 내놓던 제조사도 조금씩 알뜰폰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LG전자는 20만원대 알뜰폰 전용 스마트폰 ‘마그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LG전자 베스트숍 및 전국 알뜰폰 판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휴대전화 보조금, 출시 15개월 지나도 꿈쩍 않네… 단통법이후 달라진 풍경
입력 2015-06-29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