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기준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전격 인하했다. 기준 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지준율까지 동시에 내린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기준 금리와 지준율이 동시에 인하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8일부터 금융기관의 1년 정기대출과 예금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내려 각각 4.85%와 2.0%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와 함께 농촌부문·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국유 대형 상업은행과 외자은행 등의 지준율을 0.5% 포인트 인하했다. 중국의 기준 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반년 남짓 사이에 벌써 네 번째 내렸다.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실물경제 지원과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시중에 4700억 위안(약 84조7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지준율을 동시 인하한 것은 강도 높은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은 지난 26일 거시경제 상황 보고회를 열고 중국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6.96%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와 투자가 다소 나아지고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공업 생산이 여전히 부진하고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상대로 상반기 7%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을 달성한다 해도 성장세 둔화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교통은행 이융젠 이코노미스트는 “올 초부터 각종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중국 경제가 강한 반등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 둔화 움직임을 반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HSBC 마샤오핑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동시 인하는 경기 둔화를 막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증시의 심상찮은 움직임도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대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 12일 5166.35로 고점을 찍은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6일 7.4% 하락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연출하며 4200선이 무너졌다. 고점 이후 18.8%나 폭락하면서 멕시코 경제규모와 맞먹는 1조25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자본시장의 붕괴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민간경제 활성화와 소비위주 경제로 방향을 잡은 리커창 총리의 구상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미주호증권 선장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적절한 시기에 나온 적절한 조치로 만일 조치가 없었다면 29일 증시는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면서 “증시의 붕괴를 중국 당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리 총리는 지난 26일 베이징에서 제4차 글로벌 싱크탱크 총회 참석차 방중한 각계 대표단과 만나 “5월 이래 중국의 산업, 투자, 소비, 수출입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안정 속에서 호전되고 있고 일자리 역시 안정된 가운데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의 경제 운용은 합리적 구간에 속해 있다”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구간 내 조정을 실시할 것이며 방향성 있는 통제·조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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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中, 금리·지준율 동시 인하… 증시 떠받치기?
입력 2015-06-29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