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에 그리스 악재까지… 디폴트 대비책 마련해야

입력 2015-06-29 00:04 수정 2015-06-29 09:20
급진좌파연합이 집권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짐에 따라 세계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하고 이 협상안을 다음 달 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한 반면 채권단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막판 극적 타결에 기대를 모았던 그리스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리스 의회는 28일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협상안은 120억 유로(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5개월 연장하되 긴축 정책을 주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연금 삭감 등의 개혁안 도입이 부적절하다며 거부했다. 대신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30일 종료된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는데 유동성 부족으로 상환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음 달 20일엔 유럽중앙은행 부채 3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그리스 전역에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디폴트에 이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가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는 그렉시트마저 발생하면 국제 금융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 외환·증권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우리 상품의 유럽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정부는 한국과 그리스의 교역 규모가 작아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메르스 사태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스 디폴트까지 현실화되면 내우외환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감안해 철저한 대응책을 세우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한다.